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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여름비 - 마르그리트 뒤라스 / 창비

by dooley 202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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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 백수린 옮김

 

 다들 어린 시절을 얼마나 추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가. 여름비는 불완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완벽했던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진 유년시절 그리고 10대 청소년기의 추억들을 회상하게 만드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초반 설레는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하면서 금새 난독증에 걸린듯한 당혹감이 생긴다. 분명 내가 글을 읽었는데 제대로 이해하질 못하기 때문이다. 순간, 내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읽을만하다가 갑자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반복하면서 '그냥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서 "이 책은 깊은 이해를 바란 책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같이 토론을 했던 11월의 독서토론 멤버들도 모두 동감했다. 사실 이 부분에서 큰 안도가 되었다..ㅎㅎ... 옮긴이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영화나 책 모두에서 깊이 동감하는 바이지만, 이번에 더욱이 크게 느끼게 된 것이. 준민오빠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잘 읽혔던 이유는 옮긴이의 역량이 우수해서다."라고 말했던 것 때문이다. 많지 않은 페이지 수에 잘 읽히는 책 이므로 여유있는 날 서점에서 읽고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되겠다.

 

 책의 주인공이자 파리 외곽에서 국가 보조금으로 사는 부부의 큰아들인 에르네스토는 열두살에서 스무살 사이다. 열두살에서 스무살은 무려 여덟이라는 큰 텀이 있는데, 아마도 불명확한 기억의 범주를 잡아준게 아닐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학년별로 기억이 구분되어 있는 지금의 우리와는 다르게 외곽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책 속의 아이들에게는 나이와 년도별의 기억들이 명확하지 않을테니까.

 

쓸모없어진 도시는 재개발되고, 사랑했던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자연슬운 성장의 과정이며 인생이라 한다면, '여름비'는 파괴와 결별이 일어나기 전, 아직 모든 것이 완벽했던 유년 시절의 한때를 그리는 소설이다. - 209p, 옮긴이의 말

 난해한 책일수록 뒤에 삽입되어 있는 옮긴이의 말이 책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같은 경우, 바로바로 내 개인적인 해석으로 바라보는 것보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이 정리되는 케이스이므로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서 책의 전반에 대해 스스로 정의내릴 수 있었다. 사회화의 과정을 겪고 상상과 현실에 괴리감이 없으며 누구보다 용감하고 고뇌하는 유년 시절이기 때문에, 나는 저 '모든 것이 완벽하다'라는 문구에 깊이 공감하고, 저 한 줄로 이 책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궁금증이 많이 생겼던 만큼 토론에서 서로에게 묻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겨났었던 것 같다. 그 만큼 그 시간들이 즐거웠고. 지인에게 추천하기에는 애매하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한다면 '그래! 좋아'라고 대답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덧붙여 책을 다 읽은 그 지인과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이 책을 읽었는지 참 궁금해지니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11월의 토론 도서로 선정되게 한 큰 비중 중 하나인 표지. 창비가 참 표지를 이쁘게 잘 뽑는다. 앞으로도 열일해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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