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불편한 것들을 참으로 다채롭게 담아낸 책이다. 섬세하면서도 거침없는 필력으로 공감대를 무한대로 올렸다가도 순식간에 스팀을 확 끓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잘 살겠습니다’에서는 본인 혼자만 세상 마음 편하고 주변 사람들은 불편하게 만드는(본인 마음속이야 모르는 거겠지만) 빛나 언니를 보면서 화자에 감정이입을 하며 성을 냈다면, 적당 수준의 기브앤테이크가 아닌 한 치의 오차 없이 주고받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화자를 돌연 보면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내 감정이 이리저리 휘둘린다. 부디 둘 다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직장인이라면 크게 공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업무 진행방식에서 꽤나 차이가 있는 나에게는 스크럼 자체도 생소하게 다가왔고 개발자에 대한 이해도 조금 생겼다고 할까? “맞아맞아!” 보다는 “오호”가 맞겠다. 누군가의 회사생활을 엿보는 생생함에 즐겁고 실제 일어날 것만 같은 불합리함에 분노했다.
항상 대화를 하거나 어떠한 상황에 부닥쳤을 경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자위하는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마지막에 나오는 할머니가 마시고 있던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보면서 과연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온전하게 벗어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뭐랄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이었어서. 책 한권을 다 읽고나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꼽으라면 남자가 커피가 담긴 종이컵에 동전을 넣는 부분이라고 말하겠다.
삶의 한 조각조각에서 키워드를 캐치해 이런 글들을 녹인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작가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강제 집집순이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탐페레 공항’은 지난날 다녀왔던 여행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따뜻함과 찡한 무언가를 가져다준다. 사실 여행 이야기만 담겨있지는 않지만 나는 좀 치우치게 읽었다. 누군가는 취업 준비에 정신없었던 화자의 생활과 감정에 더욱이 공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여름날의 유럽과 같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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