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 문학테라피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여느날처럼 교보문고앱을 켜고 이리저리 책을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라니..? 바로 장바구니로 넘어갔다. 어떤 책인지 사전 지식 하나 없이 독서를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내 마음 속에 남는 페이지가 많아 졌다. 처음으로 작가를 검색해보았다. 추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책의 독자 중에서 나처럼 책 제목에 이끌려 집어 든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한다. 참 사람 생각하는거 다 똑같지..ㅎㅎ 

 

모든 절정 뒤 바닥을 치는 우울과 공허함이 오는 것 처럼 고약한 인생을 저자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울고 웃고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녀의 인생사에 어느 순간 깊은 교감이 생긴다.

 

이 글들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에세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하고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합니다. 책을 닫고 나올 때쯤엔 결론이 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는 스스로의 글을 위와 같이 표현하면서 독자들에게 초대를 권한다. '엉망진창인 내 글'에. 

 

I am the past.

우리는 과거 위에 지어진 집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네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만큼 중요하다.

 

언젠가 책을 한 번 꼭 써보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한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책을 좋아했지 글을 쓰는건 좋아하는건 아니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작가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어떠한 감정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을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새로운 취미생활이 생겼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글들이 모여 이후 다듬어질 그 날을 고대하면서. 오늘도 메모장을 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