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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 문학동네

by dooley 202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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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근래들어 에세이를 모아 발간한 책이 잘 읽히고 흥미를 끈다. 누군가는 이러한 책들을 '남의 뇌구조를 엿보는 것 같다.'라고 표현한다. 일상생활에서 친구들과 공감이 가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입버릇처럼 말한다. "역시 사람 사는 것 다 똑같아.", "역시 사람 생각 다 비슷해." 사람은 수 많은 공감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삶의 각박함을 치유하며 '나만 그런게 아니다'라는 안심과 다시 일상에서의 힘찬 내일을 보내게 하는 에너지를 충족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현실을 깨닫고 세상과 협의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30대. 저자가 표현하는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 가장 크게 와닿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투사가 되기 싫으면 연기자라도 되어야 하는 거다. - 8p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 58p

사회에서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고, 나의 의견을 잘 말하는 사람은 곧 '좋지 않게 튀는 사람', '모난 돌맹이' 취급을 받는다. 누구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부딪히면서 할 말 하던 투사가 어느 순간 연기자가 되어 있는 것은 사회성 발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불합리함에 굴복한 포기자일까.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 - 55p

다른 에세이형식의 모음집도 읽어본 적이 있지만, 확실히 책을 많이 읽었다는 저자의 말 답게. '글을 정말 잘쓴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떠나질 않았다. 이 책을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추천 문장으로 꼽고 싶은 글귀다. 삶은 크고 작은 기쁨들이 곳곳에 있고 이러한 것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일명 소확행이라고들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수백수만가지의 소소한 행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하루도 곳곳에 아주 사소하게 있는 기쁨들로 삶의 활기를 북돋는다.

 

실제로 오늘날 일본 젊은이들의 행복지수는 근래 40년 중 최고치란다. 이에 대한 한 학자의 해석은 이렇다.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되었을 때 자신의 처지에 만족한다고 답한다. 일본이 지금보다 더 심각한 격차사회, 계급사회가 되면 역설적으로 행복지수 자체는 올라갈 수도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고도성장기의 버블이 다 꺼진 지금,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 - 117p

아이씨,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은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글의 주제때문일수도 있지만 점점 무거운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런것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한국이 집단주의 사회 문화임을 설명하면서 개인주의자로서의 성향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로 기후, 역사 등 다양한 주변환경을 예시로 들었다. 유럽의 선진사회를 열망하면서도 그대로 차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에 덧댄다. 

최근 민주주의보다 사회주의가 더 낫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게 삶이 더 평탄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는 이유다. 

 

"진보적이고 자유를 희구하는 민중"의 이미지는 지식인들의 환상일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자유, 가치상대주의, 다원주의 등의 서유럽적 가치는 엘리트, 중상층들의 선호이고 서민들은 윤리적 보수주의, 종교적 원리주의, 배타적 민족주의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독재자들은 그런 정서를 잘 자극하여 적절한 가상의 적을 던져줌으로써 대중의 맹목적 분노를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활용한다. 이런점에서 직접민주주의가 도입되고 국민들의 정치참여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자유와 평등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는 슬프게도 실제로는 배반당한 경우가 많다. - 244p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은 1933년 산데모제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이를 정리하여 소설 속 가상의 덴마크 마을 얀테의 관습법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다. .... 북유럽에서는 사춘기 학생들조차 자기 집이 부자인 티를 내지 않아 뒤늦게 친구 집에 놀러가서 큰 부잣집인 것을 알고 놀랐다는 유학생들의 에피소드가 많다. 북유럽 국가들도 자본주의 체제다. 재벌이 있고 빈부격차가 있다. 하지만 자기과시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성숙한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에 빈부격차가 실제로 더 적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는 아마도 그 반대일 듯하다. - 261p

책 발간년도가 2015년이다. 한창 핫할때 읽지 못해 아쉽다. 15년도면 내가 한창 일을 시작하고서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라 이 책을 읽고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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